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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s Family/Camping together

미니멀 캠핑의 낭만, 진해 소쿠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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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에 다녀온 캠핑입니다.


“캠핑하는데 사슴이 밥 달라고 온대… 한번 가볼래?! (대신 전기도 안 되고, 샤워도 못 하고… 섬이고, 노지야!!)”




아내를 소쿠리섬까지 데려가는 데는 정말 많은 회유와 설득이 필요했다. 전기도 못 쓰고 씻을 수도 없는 섬에서의 캠핑은 아내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쿠리섬이 가진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을 때, 아내의 흔들리는 눈빛을 볼 수 있었고,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

무인도(?) 소쿠리섬, 캠핑을 허락받다

소쿠리섬은 무인도이며, 왕복 도선비만 내면 무료로 캠핑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사람이 정말 많았다. 실제로 매점을 운영하는 분도 계셨으니, 사실상 무인도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래도 ‘무인도’라는 네이밍이 주는 낭만이 있으니, 그냥 무인도라고 하자! 그러면 우리 가족도 무인도 캠핑을 한 셈이니까.




소쿠리섬에는 바닷물에 몸을 담근 뒤 간단히 씻을 수 있는 간이 샤워시설이 있다. 다만 온수는 안 되고 사방이 뚫려 있어서, 샤워라기보단 헹군다는 느낌에 가깝다. 화장실은 시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섬 치고는 깨끗한 편이었다.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아 괜찮았다.

베이스캠프를 꾸리다

선착장이 있는 앞섬에는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어 텐트를 치기에 좋았다. 우리는 웨건을 끌기 좋은 땅이 아니어서 선착장에서 적당히 가까운 곳에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미니멀답게 **콜맨 아테나 트리오돔(3인용 텐트)**을 집으로 삼고, 발포매트와 침낭, 베개만으로 침실을 완성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경량 에어매트 하나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는 당연히 헬리녹스 체어원, 테이블도 가볍게 헬리녹스 테이블원과 미니멀웍스 모카롤테이블 두 개만 챙겼다. 일회용품 없이 수저, 젓가락, 시에라컵으로 식기류를 해결했고, 위글위글 구이바다와 코베아 맥시멈버너로 투버너를 완성했다.
가지고 있는 장비를 요리조리 조합해 미니멀 캠핑을 구성하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다. 그래서인지 캠핑을 떠나기 전부터 묘한 설렘이 있었고, 다녀온 후에도 가끔씩 떠오를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야생 사슴과의 조우

소쿠리섬의 가장 큰 매력은 야생 사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용감한 숫사슴 한 마리는 여기저기서 먹을 것을 얻어먹고 다녔다. 심지어 우리 텐트 앞까지 와서 버섯 한 송이를 받아먹었다.
사람이 적은 평일에는 사슴 무리들이 잔디를 뛰어다닌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잔디 곳곳에 사슴 똥이 많이 보였다. 특유의 큼큼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짧지만 깊은 여운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커피 한잔 내려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는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먹었다. 그게 전부였지만,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엉뚱이와 해변에서 소라게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던 순간들도 정말 행복했다.






여름이 깊어지기 전에 한 번 더 가고 싶은데… 과연 어떻게 될지 나조차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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